인지부조화
왜 우리는 굳이 변명까지 꾸며대며 자신의 상황을 그럴싸하게 합리화하려고 할까?
슈나이더 부인은 37년의 결혼생활 동안 체중이 세 배나 불었고 머리 위에 난 것보다 등에 난 털이 더 많은 남편을 어떻게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여길까? 매일 소란과 소동으로 골치 아프게 만드는 아이들을 그래도 예뻐하는 우리의 심리는 무엇일까?
정신 병원이나 다름없는 회사에 넌덜머리를 내면서도 어떻게
우리는 매일 사장과 동료들을 친절하게 대할까?
이런 궁금증을 풀어줄 답은 바로 우리 자신 안에 있다. 1957 년 미국의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 lon festiger가 주장한 '인지부조화 cognlive disonance' 이론에 따르면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그 결과가 신통치 않을 경우 우리는 인지 부조화 상태에 놓이게 되고 그 모순을 합리화하려 든다.
다음의 예를 살펴보자. 담배를 피우는 애연가가 있다. 그는 담배를 좋아하지만, 동시에 흡연이 건강을 해치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부담을 준다는 사실을 잘 안다. 이렇게 대립하는 생각들 이 인지부조화를 일으킨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생각의 조화를 끌어낼까? 물론 담배를 끊어야 하지만, 그게 생각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럼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담배를 피우면 마음이 편해져'라든가, '담배를 피우면서도 90살 넘게 산 사람들을 알아' 따위의 핑계를 내세우며 생각의 조화를 꾀하는 게 일반적인 경향이다. 이런 식으로 둘러대면서 계속 담배를 피우며 인지부조화를 합리화하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자신이 뭔가를 잘못하고 있다고 느끼더라도 자신을 합리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지금까지 거기에 들인 시간이나 돈을 헛된 것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 행동을 계속 밀고 나가는 것이다.
다음 실험은 인지부조화를 줄이려는 심리의 바탕을 아주 분명하게 보여준다.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토론을 했다는 게 했다. 그린데 실험에 앞서 참가자들은 일종의 '시험을 지은 야 했다. 첫 번째 그룹이 통과해야 하는 시험은 어려웠고 한다 로 두 번째 그룹의 시험은 쉬웠다. 시험에 이어 두 그룹은 스피커를 통해 '토론'에 참여했다. 이 토론은 의도적으로 아주 재미없으며, 될 수 있는 한 지루하게 꾸몄다. 내용으로 보면 하나 마나 한 시간 낭비하였다. 이후 참가자들이 토론을 평가하게 했다. 어느 쪽 그룹이 토론을 더 나쁘게 평가했을까?
가장 큰 인지부조화에 시달린 사람은 바로 어려운 시험을 치른 참가자였다. 토론이 끝나고 이들이 보인 첫 반응은 이랬다.
“시험도 어려웠는데, 이런 지루한 토론까지 하게 만들다니 이 건 뭐 무슨 벌을 주는 것도 아니고..." 그러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다음 다시금 평가하게 한 결과는 달랐다. 시험은 되돌 릴 수 없었지만 토론 평가는 언제라도 새롭게 할 수 있게 했더 니 이제 이들은 이렇게 말했다. "시험은 정말 어려웠어. 그렇지만 그 대가로 흥미진진한 토론을 하게 해 준 거야." 그러니까 이 들은 인지부조화로 빚어진 자신의 난처한 사정을 합리화함으로써 생각의 조화를 끌어냈다.
반대로 쉬운 시험을 치른 참가자들은 인지부조화를 전혀 느 까지 않았다. '나는 별로 투자한 게 없으니까, 많은 걸 얻지도 않
은 거야. 그럼 됐지, 뭐!?
어떤 일에 투자한 노력이 많으면 클수록, 우리는 그것에 해당하는 가치를 높게 매기는데, 이런 현상을 심리학자들은 '매몰 비용의 오류 juth cort falicgy라고 부른다. 매몰 비용의 오류에 빠지 게 되면, 사람들은 흔히 싼 게 비지떡이지 하는 표현을 쓰면서 투자한 노력을 정당화한다.
이런 현상은 대학교 입학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인기가 높 은 학과에 입학하려면 지원자는 아주 좋은 성적을 자랑해야만 한다. 물론 시대의 인기 직종에 따라 선호하는 학과가 달라지기는 하지만, 지원율이 높은 학과에는 그만큼 좋은 성적을 가진 학생이 유리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그 학문이 반드시 흥미로운 것은 아닐 수 있으며, 또 성공적으로 학업을 끝내기 위해 꼭 그렇게 좋은 성적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어려운 기준을 통과해 인기 학과에 진학한 학생들은 드 물지 않게 자신이 택한 학문이 무척 흥미롭다고 말한다. 사실은 부모의 성화에 못 이겨 원치 않는 학과를 선택했음에도 말이다.
매몰 비용의 오류는 가정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현실과 충돌하는 자신의 생각이나 기대를 왜곡하고 미화하는
'인지부조화'의 전형적인 현상이다. 부부관계와 자식만큼 막대 한 투자를 요구하는 것도 없다. 남편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슈나이더 부인이지만, 그녀는 이혼하는 대신 그동안의 투자를 생 각해 마음을 바꿔먹는다. '그래도 최소한 기댈 어깨라도 있는 게 낫지 않겠어? 이로써 슈나이더 부인의 세상은 다시 평온을 되찾는다. '자식이라는 게 어쩜 저리도 속을 썩일까? 그래도 내 새끼라 그런지 저렇게 예뻐 보이니 참을 수밖에? 이런 식으로 부모는 속상한 마음을 달랜다. 직장의 상사와 동료를 두고도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잘못된 선택일지라도 인제 와서 바꾸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잘못됐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매번 인지부조화의 함정에 빠지는 이유다.
출처마음의 법칙-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51가지 심리학
폴커 키츠,마누엘 투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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