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띄어쓰기는 서양 선교사가 창안했다
훈민정음 창제 당시 한글 표기는 세로 쓰기였다.글자가 모두 붙어 있는 형태로 책에 적어 내려 간 것은 정사각 모양의 틀에 한 글자씩 넣는 방식을 따랐기 때문이다. 이는 한문쓰기와 방 식이 같다. 띄어쓰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띄어쓰기를 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처음 띄어쓰기의 흔적이 나타난 것은 1877년에 출판된 한 책자에 서였다. 훈민정음 창제(1443년) 이후 434년이 지난, 그것도 외 국인이 지은 책이었다.
책 이름은 중국 상하이에서 출판된 97쪽(본문 기준)짜리 <한 국어 첫걸음(A Corean Primer)>이다. 저자는 존 로스(John ROss, 한국명 라요한, 1842~1915)로, 스코틀랜드장로교회연합선 교회 소속의 선교사였다. 그는 당시 조선이 아닌 만주에 파견되어 선교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한글을 익히는 과정에는 조선 상인들의 역할이 컸다.선교사로서 조선에 기독교를 전파할 임무를 맡은 그는 한 국어 학습에 주목했다. 한국인들이 기독교 교리를 제대로 익 하려면 외국인 선교사들이 한국말을 해야 전도가 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1년 만에 중국어를 익혀 중국어로 설교를 할 정도였던 것을 보면 그는 언어 감각이 뛰어났던 모양이다. 조선인 약재상 이 응찬으로부터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지 1년 만에 이 책을 발 간해낸 것만 봐도 그의 언어 감각을 알 수 있다. 그는 누가, 요 한, 마, 마가복음 순으로 성경을 번역하다 1911년에는 구약을 포함한<예수성교전 셔>를 발간해 선교사들에게 전국에서 팔게 했다. 그는 스코틀랜드로 돌아간 뒤 영어로 한국사를 펴 낼 정도로 조선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는 《한국어 첫걸음>에 이렇게 적었다. "한국어 알파벳은 너무나 아름답고 간결해서 30분이면 글자를 충분히 습득할 수 있다."
<한국어 첫걸음> 1장 도서관(uirary) 편을 보 면 "L• | 되선말 보이고자 한다(내가 조선말을 배 우고자 한다)"라고 띄어 쓰고 그 밑에 한글 발음을 영어 알파벳으로 옮겨놓았다. 또 그 밑에 Corean (to) learn want”라고 적었다. 구절별 로 나누어 의미가 정확히 전달되도록 한 것이 다. "되션말되션말 보이기 쉽다(조선말 배우기 쉽다>"는 표현도 보인다.
13장 걷기(walking) 편에는 "너를 미디 못하갔다(너를 따라가 지 못하겠다.>". "걸어왔어요(걸어왔다)”,걸어왓슴메(걸어왔다 팔습 오리 감매(85리를 갔다”등의 용례가 보인다. 이북식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것은 이북 의주 출신인 이응찬을 통해 한글을 배웠기 때문일 것이다. 책은 마지막 장 영혼(Soul) 편까지 총 3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글을 빨리 배우기 위해서였겠지만, 띄어쓰기는 영어 식 띄어쓰기를 원용했다는 해석도 있다.
이후 띄어쓰기가 보이는 문헌은 박영효의 《사화기략》과<한성주보)>였다.이때까지는 불규칙적으로 문 장 단위로 띄어 썼는데 <독립신문>과 매일신문>에 이르면 어 구 단위로 띄어쓰기가 본격화된다. 이어 정기간행물로는 1896 년 주시경, 서재필 선생과 허버드 등이 주도한 독립신문>이 띄 어쓰기를 처음 사용했다. 1920년에 창간된 <조선일보>와 <동 아일보>는 1933년 조선어학회가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제 정 공표하기 전까지 띄어쓰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 이 맞춤법 통일안 이후 우리나라에서 띄어쓰기가 완전히 굳어졌다고 할 수 있다.
우리말은 표의문자(초불수, 글자의 뜻을 표기하는 문자)인 한문과 달리 표음문자(초급수, 글자의 음을 표기하는 문자)이기 때문에 말뜻을 정확히 전달하려면 띄어쓰기가 필요하다. 띄어쓰기 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문장은 완전히 다른 뜻이 되기 때문이다.예를 들면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셨다'와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셨다'는 문장이 그렇다.
이러한 띄어쓰기를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외국인이 생각해
냈다는 것을 보면 역시 언어는 편의성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글을 띄어 쓰지 않고 붙여 써도 의미가 통하는 데 아 무런 불편이 없던 우리는 띄어쓰기를 생각하지 못했다. 얼마 든지 말뜻을 구분할 수 있었기 때문이지만, 외국인은 그렇지 않았다. 역시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다.
출처 : 상식으로 시작하는 한 뼘 인문학-최원석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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